차가운 밤하늘 아래, 서로를 향한 불신이 더 깊어지기 전에 멈춰 서야 할 때입니다.
오늘의 판결은 호박고구마 님의 잘못이 80%, **브로콜리 님의 잘못이 20%**로 결정되었습니다.
연락은 연인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이자 안전장치예요. 오랜만의 모임이라는 이유로 밤새 소식을 끊고, 다음 날 걱정 섞인 질문에 귀찮다는 듯 방어적으로 일관한 호박고구마 님의 태도에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브로콜리 님 역시 서운함과 불안함이 앞선 나머지 대화의 첫 단추를 다소 날카롭게 꿰어 서로의 방어벽을 높인 점이 미소하게 참작되었어요.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내 생각은 조금이라도 한 건가요?"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간 연인이 밤새 연락 두절이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갔는지, 무사히 자고는 있는지 아무런 소식도 없었죠. 밤새 속을 태우다 맞이한 아침, 걱정스럽고 화가 나는 마음에 "몇 시에 들어갔냐", "집에서 잔 게 맞느냐"라고 사실을 확인하려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 마치 취조를 당하는 듯 귀찮아하는 싸늘한 대답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신나게 놀다 취할 수도 있지, 왜 나를 의심하고 구속하려 하나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다 보니 일일이 연락을 챙기지 못했고, 집에 들어갈 때 즈음에는 이미 정신이 없었을 뿐이에요. 결국 집에서 무사히 잤는데, 다음 날 아침부터 다그치듯 "어디서 잤냐"며 의심 섞인 질문을 던지는 연인의 태도에 숨이 턱 막히고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명리학에서 브로콜리 님은 계축(癸丑) 일주로, 드넓고 단단한 얼어붙은 땅 위에 내리는 고요한 이슬과 같은 성정을 지니셨어요. 사주에 토(土·흙) 기운이 무려 5개나 되어 책임감이 매우 강하고 신중하며, 한번 마음을 준 관계에서는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편이죠.
하지만 이렇게 흙이 많으면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통제 성향이 함께 자라나기 쉽습니다. 호박고구마 님의 무책임한 연락 두절은 브로콜리 님의 단단한 대지 밑바닥에 숨겨진 불안을 직격타로 건드렸습니다. 연락은 구속이 아니라, 상대를 안심시키는 가장 쉬운 예의인데 이를 져버린 것이 첫 번째 잘못입니다.
호박고구마 님은 갈등이 생겼을 때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을 피하려는 회피형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집에서 잤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당당함은, 실은 자신의 잘못을 대면하기 싫어 부리는 억지에 가깝습니다.
동양의 지혜에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라 했습니다. 연인 관계의 화합을 깨뜨린 것은 밤샘 연락 두절 그 자체보다, 이튿날 아침 상대를 대했던 '귀찮아하는 태도'와 '미안함 없는 적반하장'의 자세에 있습니다.
브로콜리 님의 사주에는 갑목(甲木·상관)의 기운이 월간에 서 있어,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화가 날 때 나도 모르게 말이 다소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아침에 호박고구마 님에게 던진 질문들이, 상대에게는 마치 "너 딴짓한 것 아니냐"는 식의 취조처럼 들렸을 가능성이 커요.
물론 호박고구마 님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 100% 맞지만, 질문의 온도가 조금만 더 부드러웠다면 호박고구마 님도 귀찮다는 핑계 뒤로 숨지 못하고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을 것입니다.
브로콜리 님을 위한 처방 : "질문" 대신 "내 마음"을 먼저 건네세요
호박고구마 님을 위한 처방 : '귀찮음'의 가면을 벗고 사과하세요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굳어버린 흙은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서로를 향한 서운함을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 단단한 벽을 만들기 전에, 따뜻한 말 한마디의 온기로 서로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흘려보내세요."